[물하천] 낙동강에 녹조 비질란테(자경단)가 필요한 이유

환경운동연합
발행일 2024-09-09 조회수 2

▲ 2024년 8월 19일 <2024 낙동강 녹조 비질란테 조사단> 출범 기자회견

2024년 8월 19일 낙동강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이 함께한 낙동강 현장조사가 진행되었다. ‘낙동강 녹조 비질란테(Vigilante)’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번 조사단은 낙동강 하류 대동선착장부터 상류 영주댐까지 지속해서 발생하는 녹조 문제에 대한 환경단체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였다.

비질란테(Vigilante). 국가의 역할이 부재할 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하는 결사체라는 의미이다. 올해 조사단이 ‘비질란테’라는 이름을 내세운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매년 녹조 문제는 되풀이되고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보여주기식 대책 마련으로 일관하고 청부 과학자를 동원해 입맛에 맞는 연구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환경부의 채수 방식을 설명한 그림. 환경부 보도자료.

낙동강 조사가 이루어지기 두 달 전인 6월 12일, 환경부는 ‘한국물환경학회 주관으로 수돗물·공기 중 조류독소 분석, 검출되지 않음’이라 발표했다. 환경단체가 자체적으로 조사 분석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제목의 보도였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발표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허술했다. 환경부는 연구 결과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수돗물 샘플은 2023년 9월 대청호 수계 2곳에서 채수한 것일 뿐이었으며, 샘플이 된 원수의 녹조 독소 농도 또한 낙동강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환경단체는 녹조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낙동강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는 대청호의 물을 분석하고 ‘수돗물에서 녹조 독은 안나온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 2024년 8월 6일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안동댐 '산성 수상길' 아래 핀 심각한 녹조. 회전식 수차가 돌아가고 있다.

한편, 8월 6일 안동댐에서는 ‘녹조 저감’을 위한 환경부의 황당한 방제 행태가 드러났다. 7월 말부터 100만 셀을 넘어 녹조 대발생 사태가 벌어진 안동댐에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 발생 원인인 물 정체 현상을 타파한다며 회전식 수차를 가동시킨 것이다. 녹조가 창궐하면 녹조 독이 에어로졸 형태로 퍼진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오히려 수차를 이용해 녹조의 에어로졸화를 부추기고 있었다. 정체된 수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녹조의 특성상 수차를 이용해 물을 순환시킨다는 발상이지만, 이미 안동댐으로 인해 호소화된 낙동강 물에서 수차를 돌려봤자 물이 고여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음을 생각하면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을 넘어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이렇듯 정부는 녹조 문제에 있어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해마다 녹조 문제가 반복되고 있고 이제는 여름을 넘어 봄, 가을까지 녹조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녹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를 꺼린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심화된, 정권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 (좌) 대동선착장의 녹조 핀 물을 떠보는 활동가, (우) 주남저수지의 녹조

이번 여름 찾은 낙동강의 녹조는 여전히 매우 심각했다. 강변 근처를 찾을 때마다 멀리서부터 비릿한 녹조 악취가 느껴지고, 마치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한 녹색 물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강이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들게 했다. 정상적인 강의 모습을 찾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 (좌) 주남저수지의 물을 채수하는 활동가, (우) 칠서취수장의 녹조

더욱 안타까운 점은, 조사단이 찾은 지점들은 선착장, 저수지, 취수장, 수변공원 등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거나 실제 사람들이 이용할 물을 취수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가장 깨끗이 관리해야 할 곳의 물이 녹조 범벅이 되는 상황을 매년 반복해서 겪고 있다. 심지어 녹조가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큰 자각 없이 근처에서 바람을 쐬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녹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감각함은 시민들의 경각심에도 영향을 준다.

 

▲ 낙동강 합류부의 덕곡천. 주변 식생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강물이 녹색 빛을 띠고 있다.

환경부 또한 녹조 저감을 위한 조사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환경부의 방식은 실제 녹조 농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현재 환경부는 물의 상층, 중층, 하층을 혼합해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녹조가 가장 심각한 지점의 표층수를 채취한다. 환경, 건강과 밀접한 문제인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 녹조 물을 들고 수차 앞에서 방독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활동가. 녹조 독소는 에어로졸화되어 공기를 통해 체내 흡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다한 녹조로 망가진 강을 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다. 강을 다시 맑고 깨끗하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게 내 건강을 위해서든, 강물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을 위해서든 그저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 낙동강을 가득 덮은 녹조를 보고 있으면 누구든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 그럴 것이라 믿는다. 이 악취, 오염을 마주하고도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오늘도 비질란테가 되어 현장을 마주한다. 현 정권을 비롯한 전문가, 공무원 등도 조금 더 많은 이들도 대책에 대해 말을 보태기 전에 현장을 바라보고, 마주하기를 바란다. 마주하면, 우리 스스로와 환경이 처한 위험에 대해 다시금 실감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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